워싱턴은 한국보다 새해가 늦게 밝아와 오늘에야 구정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실 이곳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일이지만 며칠 전부터 눈도 많이 오고 날이 추워 길거리에 평소보다 사람이 없는 통에 그래도 휴일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원래 New Orleans에서 Mardi Gras 축제를 즐기고 오늘 밤 늦게 DC로 돌아오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월요일에 눈보라로 비행기가 취소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 침대에서 눈을 뜨며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오늘은 SAIS 선배 언니의 초대로 Annandale에 위치한 장원 반점에서 자장면(보다 정확히 자볶밥)을 먹는 것으로 새해의 첫끼를 시작하였습니다. 워싱턴 근교에 있는 Annandale은 한인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차로는 20여분이면 갈 수 있지만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끔 차를 가지고 있는 선배들의 제안으로 다녀올 때면 한껏 들뜨곤 하지요. 주로 한인마트인 Hmart에 장을 보러 들르거나, 한국식 고깃집, 중국집, 치킨집, 빵집 등에 고향의 맛을 즐기러, 혹은 노래방에 유흥을 즐기러 가곤 합니다.
비록 차례는 지내지 못하더라도 새해에는 떡국을 먹는 것이 정석이나, 신정에 이미 떡국을 먹었기에 무엇이든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 나름으로는 더 의미있었던 것이지요(자장면은 엄밀히 한국 음식입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인 친구가 한국 음식점에 저를 데려가겠다며 간 곳도 오늘 간 장원 반점같은 한국식 중국음식점이었던 일화도 있지요. 물론 그 친구는 그냥 한국 음식점으로 알고 저를 데려간 것이었습니다ㅎㅎ). 오늘 먹은 음식 중에는 자장면도 꽤 일품이나 볶음밥의 불맛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이전에 한번 왔을 때는 짬뽕 국물의 맛이 깊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꽤나 진하게 우러나온 짬뽕 국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싱턴 DC에 오고나서 3년 동안 한국식 중국 음식점을 온 것이 총 다섯 번에 지나지 않아 다른 음식점과 비교는 못하겠으나, 한국에 위치한 일반 중국 음식점들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해 첫 날, 장원 반점에서 먹은 짜볶밥
점심을 마치고는 장원 반점 맞은 편에 위치한 Goodwill이라는 중고상점에 들러 이것저것 살 것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이른바 "핫딜"은 저같은 초보 중고 쇼퍼에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더구나 사순절을 기념하여 한 가지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쇼핑"을 지정해두었기에 애초에 "이런 곳이구나"하고 구경차 간 것이었습니다(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평소에 지키고자 했던 목표가 있을 경우에 다른 이들의 이런 전통을 빌미삼아 단기적 목표를 먼저 세워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언니집에 들러 와인 두 잔과 king cake을 먹고 있는데 티스토리 초대장 이메일이 와있더라구요. 새해의 첫 날,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된 것이 마치 이사를 한 새 집에 온 것 마냥 들뜨게 하네요. 환영해주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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